귀한곶감 귀감에다 귀감이 되라는 뜻도 더하여 이번에 새로 지은 이름인데 이제 귀감 덕에 귀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정말 귀감 브랜드 덕분인지 올해 곶감농사는 특별히 잘 되었다. 지난해에 비해 올 겨울 날씨는 곶감 말리기에 좋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이번 곶감농사가 특별히 잘되었다고 하면 같이 곶감 농사를..
때깔 좋고 달콤한 대봉 반건시를 포장하며 우연히 만들어졌다는 명품 프랑스 와인을 떠올렸다. 와인을 만들기 위한 포도 수확 시기는 전통적으로 오직 농장주 한 사람만 결정할 수 있는데 백작 작위를 가진 프랑스의 어느 농장주가 해외에서 늦게 귀국하는 바람에 포도 수확시기를 놓쳤다고 한다. 와인 담금용으로 수..
아이쿠 깜짝이야~ 늦은 밤에 덕장에서 곶감 포장하고 있는데 바깥에서 무시무시한 소리가 들렸다. 후다닥 나가보니 길냥이 서리가 밥 달라고 소리를 지르고 있다. 덕장 안에서 일하느라 몰랐는데 이 녀석이 오랫동안 이러고 있었던 모양이다. 기다리다 화가 나서 소리를 크게 지른 모양인데 혼자 온 게 아니다. 뒤에..
엊그제 저녁 뉴스에 일본의 어느 장관이 수산물 소비를 장려하기 위해 시장에서 직접 회를 시식하는 장면이 보도되었다. 일본 경제상이었던 걸로 기억이 나는데 장관이 방송 카메라 앞에서 과장된 몸짓으로 맛있게 회를 먹으며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부추긴 것이다. 그러데 이 장관은 원래 회를 전혀 먹지 않는 사람..
오늘은 햇 곶감 포장 첫날이다. 곶감 깎는 작업이 끝난 지 아직 보름이 안 되었지만 시월 말에 먼저 깎은 곶감이 벌써 맛이 들어 상자에 담을 때가 된 것이다. 벌써라고 했지만 따지고 보면 벌써랄 것도 없다. 일찍 깎은 것은 어느새 한 달이 훌쩍 넘었다. 작업 첫날이고 포장할 것들이 많아 나는 눈 밝고 손 빠른 ..
말을 할 듯 말 듯 안하니 괜히 불안하다. 십년 째 우리 집에서 곶감을 깎아주시는 절터댁이 며칠 전부터 “내가 조용히 할 말이 있는데...” 하며 뜸만 들이고 좀처럼 말을 안 하시니 도대체 무슨 말을 하시려고 그러시나 싶어 궁금해졌다. 혹 뭔가 섭섭한 말씀을 하시려고 그러시나? 나는 살짝 안달이 나고 은근히 ..
오늘은 덕장에 감을 거는데 웃음이 실실 나왔다. 자동박피기를 붙들고 감을 깎는 자리댁과 채반에 깎은 감을 주워 담으며 뒷손질하는 절터댁 몰래 실실 웃는데 나도 모르게 콧노래가 나왔다. 좋은 일, 정말 즐거운 일이 생긴 것이다. 힘든 곶감작업이 스무날 넘게 이어지고 있고 앞으로 곶감 깎는 작업만 해..
오랜만에 음반을 주문했다. 브루크너와 말러 교향곡 전집인데 가격이 생각보다 싸서 놀랐다. 새 상품을 중고가로 구입한 기분이다. 물론 비싼 음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제일 저렴한 걸로 주문했다. 이 음반은 내가 승용겸 화물용으로 타는 트럭에서 들으려고 하는 거다. (우리 집에는 오디오 전문 기기가 없고 음악..
평화로운 집에 고양이 한 마리 들어오자 모든 게 달라졌다. 지난 가을이었다. 어느 날 저녁 베란다 창으로 거실을 들여다보니 낯선 고양이 한 마리가 소파에 앉아있었다. 뭐지? 고양이가 왜 집안에 있지? 고양이는 아주 어려 보였는데 마치 제 집이라도 되는 냥 거만한 자세로 앉아 있다가 소파에 기대어 독서를 하는..
부러우면 지는 거라는데 어쩔 수가 없다. 수리는 귀족냥이다. 수리는 나와 같은 길냥이 출신이지만 B.C(Before CatSuri)1년 전 약관 3개월의 나이에 자수성가하여 냥작 작위를 받고 집사를 거느리게 되었다. 길냥이가 집사를 거느리는 귀족냥이가 되는 예가 없지는 않지만 결코 흔한 일이 아니다. 인간이란 원래 교활..
서리는 길냥이다. 가끔 나타나 내 밥을 서리해 먹는 걸 보고 집사가 붙여준 이름이다. 나쁜 뜻은 없다. 왜냐면 고양이가 서리를 하는 것은 생계를 위한 정상적인 직업 활동이기 때문이다. 사람들도 서리를 잘 하는 냥이를 보면 감탄을 하지 절대 비난하지 않는다. (햐~ 고 녀석 정말 솜씨가 좋네~ 내가 꺽지 큰 거 세..
연쇄사건이 발생했다. 엊그제 초복 날 아침 현관에 누워있는 참새 한 마리가 아내를 놀라게 했는데 오늘 아침 같은 장소에서 같은 사건이 또 일어났다. 나는 엊그제 참새 사건의 진범으로 수리를 지목했고 아내는 길냥이 서리를 의심했다.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는 사건이라 자칫 미궁에 빠질 참이었는데 오늘 같은..
아침에 현관 중문을 열던 아내가 비명을 지른다. 소리의 강도로 보아 신발에 뱀이 똬리를 틀고 있었거나 뱀만한 지네가 나타났을 거란 판단이 들었다. 나는 손에 잡히는 대로 때려잡을 것을 하나 들고(파리채로 뱀은 커녕 지네도 잡을 수는 없지만) 후다닥 달려가 보니 고양이 밥그릇 옆에 참새가 한 마리 누워 있고 ..
사람들에게 나 수리는 꽃을 좋아한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집사의 친구들은 지리산 엄천골에 사는 수리라는 고양이가 향기로운 꽃을 좋아해서 백합이 필 때면 백합이 피는 돌담과 데크 난간에서 살다시피 하는 걸로 알고 있다. 내 코가 사람보다 수백 배 예민해서 향기로운 백합과 은은한 향의 장미는 물론이고 사람..
고양이는 장난치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반려동물 용품 샾에 가보면 고양이를 위한 장난감이 아주 다양하게 진열되어있다. 애완견을 위한 장난감은 몇 가지 안보이고 죄다 고양이를 위한 것들이다. 나도 고양이 장난감을 사러 간 적이 있는데 종류가 너무 많아 무엇을 골라야할지 몰라 한참 망설였더니 주인이 ..
간밤에 잠을 설쳤다. 추우면 이불을 하나 더 덮고 자면 될 것을 지난여름 폭염에 힘들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차가운 기운을 살짝 즐기고 싶은 생각이 들었나 보다. 어쩌면 아기 엄마의 젖가슴을 파고 들어온 아기의 차가운 고사리 손 같은 반가움이라고나 할까? 나는 불쑥 찾아온 찬바람을 돌아온 연인처럼 껴안고 이..
수제 요구르트를 두 병씩 공짜로 나눠준다는 글이 올라왔다. 함양시장에 있는 강산골 로컬푸드 매장에서 올린 글이다. 강산골 밴드에 올라왔는데 선착순이라 하니 마음이 급해진다. 공짜라~ 공짜면 양잿물도 마신다는데 치즈명장이 만든 요구르트를 두병씩이나 그냥 먹을 수 있는 기회라 아내랑 서둘러 달려갔다. 판..
한국의 전통 명절 추석이 다가 왔네요. 추석을 ‘한가위’라고도 하더군요. “더도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도 있듯이 추석은 풍요로운 명절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인 것 같습니다.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계절~ 오곡 백과 풍성하고 수확의 기쁨을 맛보며, 허리를 펼 수 있는 시기가 또한 추석인 ..
독사와 고양이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독사도 독사 나름일 것이고 고양이도 고양이 나름일 것이다. 예전에 사냥개인 코카 스파니엘을 몇 마리 키운 적 있다. 용감하고 솜씨 좋은 녀석 이었던 코시는 매년 마당에 출몰하는 뱀을 서너 마리 잡는 반면, 소심하고 겁이 많은 콜라는 뱀에게 두 방이나 물려 일주일 동안 하..
“농부님이 만드는 곶감 브랜드가 뭡니까?” 함양 농업기술센터에서 주관하는 브랜드 네이밍 교육 첫 시간에 지도교수가 곶감 브랜드를 물어보는데, 대답이 궁한 나는 평소에 친하게 지내는 친구 이름이 갑자기 떠오르지 않는 것처럼 너스레를 떨었다. 좋은 질문이었고 사실 나도 그게 궁금했다. 지도 교수는 이름만..